본문 바로가기
관심분야/귀농귀촌

올해 첫농사 결과물 발표(ps 시골 배달 이야기)

by 은혜였소 2022. 8. 16.

요즘 딸배 관련 글 때문에 방문자수가 좀 늘었네요. 그래서 시골에서 딸배 시킨 일 한번 적어 볼게요.

 

솔직히 도시에서 맘편하게 딸배를 하면서  투잡 뛰던 기억도 자주 나는데 시골은 배민 시스템이 없네요.

배민이 시스템이 잘되어있고 보험처리도 해주고 속편 한데 쩝.. 

 

시골은 정말 무시무시한 곳이죠... 한 번은 동네 주민분들 비닐하우스 수리하는데 가서 일하고서 배달음식을 시켰는데 젊은 사람이 오토바이 타고 올 줄 알았는데 안 오는 거예요. 

 

그래서 배는 고픈데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하얀색 고급 세단이 유유히 오는 거예요.

그래서 머지하고 바라보는데 나이 지긋한 중년의 노인분이 차에서 철가방을 들고 내리는 거예요.

그래서 머야 시골은 젊은 사람이 없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배달하는구나라고 웃고 있는데

한쪽 팔에 손목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손목 대신 그 내부자 영화에서 이병헌이 차고 있는 그 갈고리를 장착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한쪽 손으로 짜장면을 꺼내서 탁탁 내려놓는데 옆에 마을 분하고 이야기하는데 

춘삼이 오랜만이여, 출소는 언제 한겨? 

막 그러니까 옛날이야기들 서로 주고받는데 막 그러는 거예요. 와 진짜 영화 찍는 줄.... 옆에서 각 잡고 앉아있었네요.

진짜 그때 그 포스가 장난 아니었음.. 흰색 세단 그리고 갈고리 팔.. 그리고 중후한 나이... 하며

암튼 나이 드신 분들이 배달하면 먼가 멋져요. 도시에서 딸배할때도 나이드신 분 할아버지께서 자전거로 배달하시는데

정말 멋져 보이더군요.  암튼 이제 농사 이야기해볼게요.

 

고추

조선 오이

수박 

옥수수

등등 심었습니다.

올해는 옥수수를 심어서 좀 나오기는 했는데 관리가 좀 부실해서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올해 농사한 걸 생각해보자면.. 역시나 3월 4월

쯤부터 밭을 갈고 퇴비와 비료를 뿌리고 한 해 농사 준비를 한 기 억이 솔솔 나는군요.

농사라고 해봐야 원룸 앞 빈 공간에 몇 가지 심었던 기억이 다인데  햇볕이 안 드는 곳이라

정말 옥수수가 커보았자 10센티밖에 안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는 정말 제대로 밭에다가 산에다가 심어 보았지요.

첫 수박 모종도 심어보았고 그 첫 결실인 제생에 첫 수박이 이렇게 열렸네요.

딱 봐도 정말로 잘 익어서 맛있어 보이는 수박이군요.

정말 인고의 시간들 밭 갈고 돌 고르고 퇴비 옮겨서 뿌리고 하는 일련의 시간들이 주마등 같이 스쳐 가네요.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요. 또 모종 심고 나서 한동안 목마르지 않게 부지런히 물 떠다가 뿌려주고 한동안 더운데

먼길 오가면서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요.

그래서 주변의 자라는 풀들 다 이기고 어느새 모종들이 쑥쑥 햇볕을 받고 자라더니 밭 전체를 수박이 점령해버렸네요.

밭전체를 수박이 다 휘어잡았는데 수박이 대략 7개는 열렸음

이 귀한 조선 오이 씨앗을 구해서 물 주느라 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모르네요. 씨앗도 몇 개안심었고 해서 모종도 몇개 안되는 것 살리느라 진땀을 흘렸지요. 한 해 평균 토종씨앗 단체에 후원하는 비용만 12만 원 정도 드는데 다들 멋하러 그렇게 돈 쓰냐 그냥 씨앗 사서 하는데 2-3만 원이면  한해 농사 씨앗 다 사는데 왜 그런 거 하냐 그러는데 모르는 소리입니다.

토종씨앗의 중요성 우리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면 돈이 중한 게 아니죠...

그리고 그렇게 활동하고 받아서 심은 토종종자의 맛과 향은 정말 신토불이 기가 막히거든요.

처음 지은 내 수박 농사 맛을 보았습니다. 세상 이렇게 맛있을 수 있나요? 

수박에 수분이 가득하고 이렇게 물이 많을 수 있나 싶은데 수분도 많고 맛도 아주 달고 다들 극찬을 했습니다.

나는 땅 고르고 땀 흘리고 풀 뽑고 물 열심히 준 것 밖에 없는데 너무나 감동이네요.

처음 심어본 조선 오이입니다. 슬슬 노각으로 변해가는데 따 보았습니다. 일반 마트서 사 먹는 백오이와 다른

엄청 맛있는 맛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바닥을 따라서 땅에서 호박처럼 열리는데 크기도 크고 맛도 좋아서 올여름 실컷 먹고 있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이건 맨 처음에 신기해서 따 본 새끼 수박입니다 그냥 기념으로 따 보았고  청양고추도 모종을 한살림에서 선물 받아서

키웠는데 여러 번 따다가 먹고 있네요. 요즘 야채 가격이 엄청 올라서 참 이런 소소한 행복이  또 있네요.

아주 이쁜 고추 형제들입니다.

어디 첫 농사 후기를 말씀드리자면 매우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도 얼마 남지 않았겠습니다. 만일 시간을 20대 초반으로 돌릴 수 있다면 열심히 돈 모아서 집과 땅 살 돈만

얼른 만들고 바로 귀농을 하고 싶습니다. 

그냥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보고 순리를 따르면서 살고 제철에 맞는 것들 먹고 순리에 따라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것인지 모르실 것 같습니다.

물론 올해 8월에 닥친 폭우로 인해서 저도 고생했고 위험한 순간도 겪었습니다. 말벌과 사투도 여러 번 벌였고 정말 아슬아슬한 일들도 많았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이제 가을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말벌 트랩 잡았던 일도 글 써야 하고 두더지 트랩 사용후기도 올려야 하는데 조만간 올릴게요.

 

 

 

 

댓글